[Oh!컷] 제주도 서귀포시 가시리 풍력발전소 인근에서 마스크를 쓰고 조랑말을 탄 사람들이 노란 유채꽃밭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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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李白)은 ‘답왕십이(答王十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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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吟詩作賦北窗裏(음시작부북창리) 북창에서 시

를 읊고 부(賦)를 지어도,

萬言不直一杯水(만언불직일배수) 만 마디 말 물

한 잔의 값도 쳐 주질 않네.

世人聞此皆掉頭(세인문차개도두) 세상 사람 이

말 듣곤 모두 고갤 저으리니,

有如東風射馬耳(봄유여동풍사마이) 바람이 말

의 귀에 부는 것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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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자조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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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驊騮拳跼不能食(화류권국불능식) 화류마는 움

츠려서 능히 먹질 못하고,

蹇驢得志鳴春風(건려득지명춘풍)​ 저는 나귀 뜻

을 얻어 봄바람에 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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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한 것을 보면, 준마인 화류마는 쓸모를 잃고 쫄쫄 굶는데, 발을 절뚝이는 나귀 같은 소인배들만 뜻을 얻어 날뛰는 현실을 빗댄 시인 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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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蘇軾)도 이를 받아 ‘화하장관육언시(和何長官六言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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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向市朝公子(설향시조공자) 조정의 공자(公子)

에게 말을 해본들,

何殊馬耳東風(하수마이동풍) 말귀의 봄바람과 무

에 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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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다.

그러니까 마이동풍은 하나 마나 한 말이고, 듣고도 꿈쩍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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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李穡·1328~1396)은 ‘이생을 권면하다(勉李生)’에서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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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道須知命(학도수지명) 도 배움은 천명을 알아야

하고,

看書要積功(간서요적공) 책 읽기는 공력을 쌓아야

하네.

軒裳非我達(헌상비아달) 높은 벼슬 나의 영달 아니

거니와,

蓬篳豈吾窮(봉필기오궁) ​ 가난한 삶 어이 나를 곤궁

케 하리.

事羊腸路世(사양장로세) ​ 세상일 양장(羊腸)처럼 굽

어만 돌고,

人心馬耳風(인심마이풍) 인심은 말귀에 봄바람 같

네.

王良如詭遇(왕량여궤우) 왕량(王良)이 속임수로 대

우했다면,

誰肯許良工(수긍허량공) ​ 뉘 즐겨 양공(良工)이라

허락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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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구는 고사가 있다.

왕량은 고대에 말을 잘 몰았던 사람이다.

조간자(趙簡子)의 행신(幸臣·총애받는 신하) 해(奚)를 위해 수레를 몰았는데, 왕량이 법대로 몰자 무능하다 내치고, 속임수로 몰자 잘 몬다고 칭찬했다.

왕량은 이런 소인을 위해서는 수레를 몰 수 없다고 그의 수레 몰기를 거부했다.

시절이 어렵고 세상 인심이 아무리 각박해도, 바른 길 떳떳한 삶을 향한 공부를 그만두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이생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해 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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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1.05.06 03:00 | 수정 2021.05.06 03:00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