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들의 연못[瑤池]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3000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다는 반도(蟠桃) 나무에 복숭아가 탐스럽게 열렸고, 초대받은 신선들이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모여들고 있다. 중국 고대 전설 속 여신들의 어머니 서왕모가 주나라 목왕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요지연도(瑤池宴圖)’다.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병풍 그림이 처음 공개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후기 궁중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요지연도’를 지하 1층 궁중서화실에서 전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가로 5.04×세로 2.21m의 대병(大屛)이다. 미국의 한 컬렉터가 소장했던 작품. 소장자의 아버지가 50여년 전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당시 구매해 미국으로 가져갔고, 지난해 국내 경매에 나온 것을 문화재청이 구입했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도교적 주제를 담은 신선도는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국가와 왕조의 오랜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것이다. 곽희원 학예연구사는 “이 그림은 18~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정확한 연도와 작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병풍의 장황(裝潢·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 꾸밈) 상태가 제작 시기보다 후대로 추정돼 병풍 한 폭의 뒤편 배접지(褙接紙·여러 겹 포개 붙인 종이)를 살펴봤더니, 1957년 조선일보 신문과 1959년 동아일보 신문이 발견돼 소장자가 미국에 가져가기 전 한국에서 다시 표구를 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허윤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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