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복진

                    (彫刻家 復鎭)

공의 구휘(舊諱)는 도진(燾鎭), 호는 정관, 고종 광무 5년(1901) 신축에 출생하였고 생월일은 미상이다.

중시조는 문충공[(文忠公) 우의정 선무원종일등공신 증영의정 선원(仙源) 상용(諱尙容)]으로, 현조는 참판공[(參判公) 병조참판 이성(履成)]이고, 고조는 덕수공(德叟公) 후순(垕淳)이며. 증조는 성원공(聖源公) 우근(祐根)이니, 할아버지는 첨지공[(僉知公) 수계첨지중추부사 병혁(炳赫)이요, 아버지는 충주공[(忠州公) 충주목사 홍규(鴻圭)와 어머니 숙부인 광산김씨의 2남 3녀 중 장남으로 소설가 팔봉(八峯) 기진(基鎭)의 형이다.

백중부인 학규(鶴圭)가 무후하여 입양 출계하니, 아버지는 사과공[(司果公) 무사과 학규(鶴圭)]와 어머니 의 인 파평윤씨의 계자로 후사를 이었다충북 청원 팔봉산 자락에서 태어난 공은 1920년 배재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25년 동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하고 귀국한 뒤, 조선미술전람회 제4회에 자각상(自刻像)인 〈3년 전〉으로 3등상을 받았으며 제5회에 〈여〉로 특선, 제15회에 〈머리〉와 〈불상습작〉으로 입선, 제16회에 〈나부 裸婦〉로 특선, 제19회에 〈소년〉으로 특선을 차지하는 등 근대조각계에서 거의 독보적인 활동을 했다.

그의 조각경향은 당시에 일반적이었던, 사실적인 재현이었고, 1925년부터 모교인 배재고보와 경성여자상업학교·고려미술원연구소의 강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1927년에는 종로청년회관에 미술연구소를, 1936년에는 허백련 · 박광진 · 김은호와 함께 조선미술원을 창설하여 조각과를 맡아 지도했다.

제2세대 조각가인 이국전 · 문석오 · 김경승 · 윤효증 등을 길렀으며 서양화가 구본웅도 그의 지도를 받았고, 도쿄미술학교 재학 당시 박승희 · 이제창 · 김기진 등과 연극단체 토월회를 만들어 1922년부터 공연, 신극 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주로 무대미술을 담당했던 그는 1923년 안석주와 함께 토월미술연구회를 만들었고 1927년 프로 연극운동 단체인 불개미극단을 창립하여 활동했다.

또 미술이론가, 나아가서는 문예이론가로서 〈개벽〉에 〈조선역사 그대로의 반영인 조선미술의 윤곽〉(1926)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나형선언초안〉(1927)·〈예술관념과 윤리관념은 공간의 양단이다〉(1935)·〈정축미술계대관〉(1937)·〈조선조각도의 방향〉(1940) 같은 중요한 평론들을 발표했고 조선미술전람회의 전시평을 썼다.

1935년부터 조선중앙일보의 학예부장으로 문예단평들도 썼는데 그의 예술관은 '인생을 위한 예술'에 기초한 것이었고, 1927년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의 중앙위원, 1928년 제3차 조선공산당의 중앙위원을 지냈고, 고려공산청년회의 중앙위원이자 경기도 책임비서로 강령을 작성하여 이론가·조직가로 활동했다.

1928년 9월 이른바 '경성학교 세포사건'으로 검거되어 6년 동안 옥고를 치렀고, 1933년 출옥한 뒤 〈벽초 홍명희 선생 초상〉·〈최송설당 여사상〉등 초상조각들과 김제 금산사 미륵대불, 서울 영도사 불상 등을 조성하고옥중에서는 목조불상(木彫佛像) 제작에 전념하던 끝에 불교에 귀의하였다.

출옥 후 제2의 인생을 맞은 그는 ‘선전’에 《목》(1936) 《불상습작(佛像習作)》(1936) 《나부(裸婦)》(1937) 등을 출품하였으며, 학교의 주문으로 초상조각 제작에 특히 정열을 쏟았고, 1939년 사실주의적 기법을 바탕으로 한 그의 《불상습작》을 원형으로 하여 법주사의 대불 제작에 착수하였으나, 이듬해인 1940년 선전 출품작인 《소년》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대불은 미완성인 채 요절하였다

건국 이래 ‘최초의 조각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업적을 남겼고, 죽은 해에 친지들이 유작전을 열었으나 그때에 모았던 작품들은 6·25전쟁 때에 불타고 청동으로 된 초상조각들은 일제 말기에 공출되어 유작이 거의 남지 않았다.

문인(文人)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은 그의 동생이다. 최초로 서양 조각을 한국화단에 도입하였고,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다양하게 붙는 선구적인 예술인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조각가, 한국 미술비평의 첫 스승, 토월회로 신극 운동을 개창한 연극인,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을 창립한 사회주의 사상가, 만화와 광고에 처음 눈을 뜬 언론인 등이다.

동생이자 카프 동료였던 김기진은 "망형(亡兄) 김복진의 이름은 조선문화사의 첫 페이지에 기록돼도 좋으리라 생각된다"고 썼으며, 그러나 사회주의 계열에서 활동하다 일제 강점기에 일찍 사망하여 오랫동안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부인인 허하백이 김복진 사망 후 친일 연설과 기고에 적극적으로 나서 비난 받았고 미군정 하에서는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실종 또는 타살된 것도 김복진의 이름이 금기시되는 계기가 되었고, 월북 예술인 해금 이후 기념사업회가 설립되어 묘소에 묘비도 세워지고 《김복진 전집》, 《김복진의 예술세계》 등이 출간되면서 재평가되었다.

조각 작품은 혼란기를 거치며 두 점만 남아 있으나, 한국에 서양 조각을 처음 도입하고 사실주의 조각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배재고등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윤효중등 여러 제자에게 영향을 주었고, 제1차 카프 검거 사건으로 체포되기 전까지 고려공산청년회의 학생위원회를 담당하여 학생 운동 지도자로도 활동했다.

미술이론상 운영위원회는 공의 문헌 중심으로 미술사학계의 풍토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인 태도로 우리 근대 미술사 연구에 매진해 온 공로를 기려 매년 ‘정관 김복진 미술이론상’을 정동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시상하고 있다.

배위는 허하백으로 기록이 미상이다.

슬하에는 무후하다.묘소는 충북 청원군 남이면 구암리 15번지에 있다.

문헌으론 미술평론가 윤범모씨와 최열씨가 엮은 `김복진전집'이 있으며 이 문집은 1부 김복진의 예술론과 미술비평, 2부 김복진의 산문, 3부 회고및 비평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보와 김복진연구및 관련문헌목록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參考文獻] 미술대사전(인명편) 한국사전연구사 安東金氏世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