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문공 유관 흥근

               (忠文公 游觀 興根)

공의 자는 기경(起卿), 호는 유관(游觀, 시호는 충문(忠文)으로 정조 20년(1796) 병진 9월 15일에 태어났다.

중시조는 문정공[(文正公) 양관 대제학 좌의정 청음(淸陰) 상헌(尙憲)]으로, 현조는 몽와공[(夢窩公) 영의정 시 충헌(忠獻) 창집(昌集)]이고, 증조는 죽취공[(竹醉公) 우부승지 증찬성 시 충민(忠愍) 제겸(濟謙)]이며, 증조는 좌찬성공[(左贊成公) 증좌찬성 달행(達行)]이니, 할아버지는 좌찬성공[(左贊成公) 증좌찬성 이경(履慶)]이요, 아버지는 진사공[(進士公) 증영의정 진사 명순(明淳)]과 어머니 증정경부인 평산신씨의 4남 중 3남으로 좌의정 홍근(弘根)의 동생이다.

순조 13년(1813) 약관 18세에 증광시 3등 63위로 합격한 후 순조 25년(1825) 30세에 알성시 병과 2위로 급제하여 검열 · 대교(待敎) · 겸보덕(兼輔德) · 이조참의 · 전라도관찰사 등을 역임하였다.
헌종 3년(1837)에 동지부사로 동지정사와 함께 청나라에 다녀왔다.
그 뒤, 이조참판 · 규장각직제학 · 홍문관부제학 · 평안도관찰사 등을 거쳐, 헌종 7년(1841)에 형조판서가 되었다.

이어 대사헌·한성부판윤 및 공조·호조·예조의 판서와 규장각제학·이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헌종 12년(1846)에 좌참찬으로 승진 되었다.
헌종 14년(1848)에 다시 예조판서를 거쳐 경상도관찰사가 되었으나, 안동김씨의 권세를 믿고 방자한 행동을 하였다 하여 대간의 탄핵을 받아 전라남도 광양현에 유배되었다.
이듬해 헌종이 죽고 철종이 즉위하여 안동김씨의 국정주도기가 확립되자, 유배에서 풀려나 한성부판윤으로 등용되었다.
이어 이조판서를 거쳐 1851년(철종 2)에 좌의정에 오르고 《헌종실록》 편찬 총재관(摠裁官)이 되었으며, 이듬해에 영의정이 되었다.
판중추부사로 물러났다가 철종 13년(1862)에 이정청총재관(釐整廳摠裁官)이 되었고, 고종 1년(1864)년에 《철종실록》 편찬 때 지실록사(知實錄事)가 되었다.이듬해 영돈령부사로서 치사(致仕)하였다.

공의 별장은 조선조 말 한양 최고의 별장으로 자하문 밖 '삼계동정자(三溪洞亭子)'였다.
인왕산 수려한 계곡에 차일을 친 듯 넓게 퍼진 소나무를 중심으로 안채. 사랑채. 별당에 정자가 4개나 있어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그리고 현대루(玄對樓)란 사랑채에 월천정(月泉亭)과 육모정(六茅亭), 그 외에도 청국 기술자가 벽돌로 지은 사랑채 부속 건물과 동판으로 지붕을 올린 '유수성중관풍루(流水聲中觀楓樓)'란 이국풍의 작고 예쁜 정자가 있었다.

공이 정성 들여 가꾼 삼계동정자를 대원군이 빼앗았다.

공은 고종이 왕위에 오르자 '임금의 아버지가 정사에 참여하면 안된다'며 대원군을 배척했다.
결국 권력을 잡은 대원군은 미운털이 박힌 공에게 "삼계동정자를 사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이 거절하자 "하루만 빌려 달라"고 청했다. 공은 마지못해 허락했다.

정자를 빌린 대원군은 고종을 불러 하룻밤 묵도록 했다.
왕이 묵은 곳에 신하가 살 수 없는 법이라 삼계동정자는 결국 대원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대원군은 삼계동 별장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북한산의 바위 모양을 따서 자신의 아호를 '석파(石波)'라 짓고 별장 이름을 '석파정'으로 바꾸었다.
이후 대원군의 후손에게 물려오다 남의 손으로 넘어갔다.
1958년 서예가 손재형이 벽돌로 정교하게 지은 사랑채 부속 건물을 매입해 계곡 아래 홍지동 125번지로 옮겨 놓았다.
지금은 '석파랑'이란 식당의 별채가 되었다.

고종 7년(1870) 8월 17일 향년 75세에 졸하니 시호로 충문(忠文)이 내려졌다.

배위는 정경부인 청송심씨로 정조 20년(1796) 병진에 태어나, 헌종 4년(1838) 무술 1월 5일 향년 43세에 졸하였다. 아버지는 생원 능직(能直)이고, 할아버지는 판서 풍지(豊之)이며, 증조는 군수 증판서 구(銶)이니, 외조는 김두칠(金斗七)로 본관은 광산이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니, 1남은 좌의정 시 문헌(文獻) 병덕(炳德)이고, 1녀는 아버지가 찬성인 홍원종(洪原鍾)으로 남양인이다.

묘소는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소야(蘇野) 임좌(壬坐) 함폄이고, 묘표는 영의정 이경재(李景在)가 찬하고, 좌의정 송근수(宋近洙)가 썼으며, 전면은 판서 이시민(李時敏)이 썻다.

[참고문헌] 憲宗實錄 哲宗實錄 日省錄 高宗實錄 國朝榜目 國朝人物志 紀年便攷 安東金氏世譜(戊寅譜)參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