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익공 하옥 좌근

                 (忠翼公 荷屋 左根)

공의 자는 경은(景隱), 호는 하옥(荷屋), 시호는 충익(忠翼)으로 정조 21년(1797) 12월 4일에 출생하였다.

중시조는 문정공[(文正公) 좌의정 양관 대제학 청백리 청음 휘상헌(諱尙憲)]으로, 현조는 몽와공[(夢窩公) 영의정 시 충헌(忠獻) 창집(昌集)]이고, 고조는 죽취공[(竹醉公) 우부승지 증찬성 시 충민(忠愍) 제겸(諱濟謙)]이며, 증조는 좌찬성공[(左贊成公) 증좌찬성 달행(達行)]이니, 할아버지는 서흥공[(瑞興公) 서흥부사 증영의정 이중(履中)]이요, 아버지는 영안부원군[(永安府院君) 문형 증영의정 시 충문(忠文) 조순(祖淳)]과 어머니 청양부부인 청송심씨의 3남 5녀 중 3남으로 순조비 순원숙황후의 동생이다.

순조 19년(1819) 25세에 식년시 생원 3등 3위에 합격하고, 순조 25년(1825) 아버지인 영안부원군 조순(祖淳)의 추천으로 무품관직인 부수가 되었으며, 순조 34년(1834)에는 상의원 첨정(尙衣院僉正)으로 승진하여 헌종 3년(1837) 사마시에 합격하여 41세의 나이로 진사가 되었고 다음해인 헌종 4년(1838) 정시문과 병과 6위로 급제하였다.

그리고 부교리(副校理)와 성균관 대사성 · 이조참의 등을 지내고 승진하여 한성부판윤 · 공조판서 · 사헌부대사헌 · 병조판서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

철종의 즉위년인 1850년 이후 요직에 등용되어 의정부 우참찬과 선혜청 당상 등에 보직되었으며 금위대장을 거쳐 총융사, 다시 금위대장, 형조판서, 훈련대장, 공조판서를 역임하고 우의정을 제수 되었는데 한번도 외관직을 맡은 적이 없이 순탄한 벼슬생활을 하였다.

철종 4년(1853)부터 철종 14년(1863)까지 영의정에 세 번이나 보직되었으며 1862년, 삼정의 문란으로 발생한 각지의 민란을 진압하기 위해 이정청(釐正廳)의 총재관(摠裁官)을 겸하였다.

그 뒤 순원왕후는 승하하였으나 일족의 실력을 바탕으로 안동김씨의 국정주도기에 중심인물로서 이른바 세도정치를 폈다.

파락호의 처지에 있던 흥선군이 공의 저택을 방문하자 재정적으로 후원하였으며 처지가 궁한 그가 석파란으로 알려진 난초화를 가져오면 이를 받고 소정의 금액을 지불해 주기도 하였다.

안동김씨의 중심인물로서 헌종과 철종대에 걸쳐 세도정치를 폈으며 1863년 12월 철종이 아들 없이 급서하여 흥선대원군이 집권하자, 원상 정원용과 함께 흥선대원군의 둘째아들인 명복(命福)이 사왕(嗣王)으로 결정되자 봉영사(奉迎使)로 파견되어 고종으로 옹립하는 일을 주관했다.

1863년,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집권하자 영의정에서 물러났으나 원임대신 자격으로 정사에 참여하여 국정을 자문하였다. 아들 사영(思潁) 병기(炳冀)와 함께 몰락왕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던 흥선대원군을 도왔으며, 다른 안동김씨의 일족이 숙청당했을 때도 몰락하지 않고 원로대우를 받았다.

고종 원년(1864) 갑자부터 철종실록 편찬에 참여하여 실록총재관(實錄摠裁官)으로 《철종실록》 편찬을 주관, 지휘하였다. 고종 5년(1868) 대원군에 의해 삼군부(三軍府)가 부활, 설치되자 삼군부영사(三軍府領事)가 되었다. 돈령부영사로 치사하였으며, 1866년, 기로소에 들어갔다.

고종 6년(1869) 기사 4월 25일에 졸하니 향년 69세였다.

배위는 정경부인 해평윤씨로 정조 19년(1795)에 태어나, 철종 9년(1858) 2월 11일 64세에 졸하였다. 아버지는 증이조판서 치승(致升)이고, 할아버지는 증참의 익열(翊烈)이며, 증조는 음지사(蔭知事) 창동(昌東)이니, 외조는 김이영(金履瑛)으로 본종인이다.

측실로 나합은 구한말 세도가였던 공의 애첩으로 세도정치에서 가장 권세를 부린 여인으로 많은 야화를 남겼다.

나합은 영산포 삼영동에서 태어났는데 성씨는 양씨라 하는데 확실치 않다.

나합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로, 이 당시 한학의 대가로 불리던 이서구(李書九)가 전주감사로 있을 때 나주에 인물이 태어날 것을 점치고 사람을 불러 “지금 삼영리로 내려가면 어린아이를 낳은 이가 있을 것이니 그 아이를 찾아서 남아면 즉시 죽이고 여아면 살려 주어라”고 명령하였다.

사람이 급히 영산포에 이르니 과연 산고가 든 집이 있어 찾아가 확인하니 여아였다.

이를 보고 받은 이감사는 “그년 세상을 꽤나 시끄럽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합은 자라면서 자태가 곱고 소리를 잘하고 기악에도 뛰어났다.

그녀의 집은 현 내영산마을 건너 어장촌 근처에 있었기에 그 곳에 있던 도내기샘을 이용했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애태우는 총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주 영산 도내기샘에 상추 씻는 저 큰 애기, 속잎일랑 네가 먹고 겉잎일랑 활활 씻어 나를 주소”라는 민요가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후에 나합이 공의 애첩이 되면서 도내기샘은 나합샘으로 불렸다.

나합은 기생출신이었다고 한다. 나합은 이름이 아니라 별명이다.

옛날 합하(閤下)라고 해서, 정1품의 고관들에게만 붙여 주는 칭호가 있었다.

각하 비슷한 뜻으로 나주 출신기생이 워낙 세도가 당당하여 그 '합'자를 붙여서 합부인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고향이 나주라서 나주 합부인, 줄여서 나합이다.

나합의 세도에 관한 이야기로, 자기 첩이 너무 설친다는 소문을 들은 공이 "사람들이 너를 나합이라고 부른다며?" 하고 언짢은 듯 웃자, "합(閤)이 아니라 합(蛤, 조개. 아들을 낳으면 고추고 딸을 낳으면 조개 즉, 여자를 뜻한다)자를 붙여서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라고 변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합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도 내려오지만 전국에 흉년이 들었을 때 나합이 공을 졸라 나주에 구휼미를 풀어 나주사람들을 도왔다 한다.

그런 탓인지 나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을 기리는 비가 나주 관아 터 안에 남아 있다.

영의정김공좌근영세불망비(領議政金公左根永世不忘碑)다.

안동김씨의 세도가 끝나고 그 비는 두 동강이 난 채로 쓰러져 있던 것을 금성관 경내에 다시 바로 세운 것이다.

슬하에 무후하여 종형 영근(泳根)의 2남 병기(炳冀)를 계자하여 후사를 이었다.

《조선정감》에 보면 고종(高宗)이 정조의 능인 건릉(健陵)에 행행(行幸)했을 때 흥선대원군이 공에게 무안을 준 일화와 공의 소실이었던 나주의 기생 양씨(梁氏), 즉 나합(羅閤)의 투기를 트집 잡아 청수동 별장(淸水洞別莊)으로 대원군이 찾아가 궁궐 중건비 10만냥과 고종의 가례비(嘉禮費) 10만냥을 받아낸 재미있는 일화가 회자 되고 있다.

1999년 공의 후손들은 공과 양아들 사영 병기가 살던 경기도 이천군의 가옥을 입양녀인 김은희가 서울대학교에 재산을 모두 기증하였다.

묘소는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내촌리 간좌 합폄으로 있었으나 고손 광한(廣漢)의 입양녀 모녀가 이를 훼손하여 사회적으로 물의가 일어나자 서울대학교 박물관 옆 공터로 천장하여 전시 되고 있다. 묘표는 영의정 조두순(趙斗淳)이 찬하였고, 3종질 병국(炳國)이 썼으며, 앞면 대원왕(大院王) 서지(書誌)는 3종질 병학(炳學)이 찬하였다.

※純祖實錄 憲宗實錄 哲宗實錄 高宗實錄 紀年便攷 國朝榜目

國朝人物志 安東金氏世譜(戊寅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