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공 수인

                   (水原公 壽仁)

공의 자는 원보(元甫). 선조 41년(1608) 무신 7월 13일 출생하였다.

현조는 서윤공[(庶尹公) 평양서윤 증이조판서 양관대제학 번(璠)]이고, 고조는 신천공[(信川公) 신천군수 증좌찬성 생해(生海)]이며, 증조는 도정공[(道正公) 돈령부도정 증영의정 극효(克孝)]이니, 할아버지는 문충공[(文忠公) 우의정 증영의정 선원(宣源) 상용(尙容)]이요, 아버지는 수북공[(水北公) 홍문관 부제학 이조참판 광현(光炫)]과 어머니 정부인 청송심씨의 3남 5녀 중 장남으로 덕산현감 수민(壽民)과 면천(沔川)군수빈(壽賓)의 형이다.

인조 12년(1634) 음보로 선공감역에 제수되어, 옥책문을 만드는 데 감독하였고, 이어 전생서주부(典牲署主簿) ․ 사복시(司僕寺)주부 등을 지냈다.

인조 14년(1636) 7월 5일 상원(祥原)현감에 제수되어 병자호란 때에는 현감으로 재직하면서 토산(兎山) 싸움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적의 대군과 싸워 많은 공을 세우고 부상을 당하였다.

그 뒤 증산 ․ 의흥 ․ 창녕 등지의 현감을 역임하였고, 효종이 그 무재(武才)와 방략(方略)을 알고 특별히 양주목사로 임명하고, 얼마 뒤 수원부사로 방어사를 겸임하게 하고 갑옷을 상으로 하사 하였다.

병자호란 때 부상으로 몸이 쇠약해져 관직을 버리고 보령의 모도(茅島)에서 일생을 마치려고 하였으나, 부모의 봉양을 위해 익산군수로 재직하던 현종 1년(1660) 경자 6월 19일 향년 53살에 세상을 떠난 뒤 이조참의에 추증 되었다.

공은 어려서부터 성격이 엄하고 어른스러운 기량이 있었으며, 시 끄러운 경쟁을 싫어하고 조용히 방안에서 학문을 즐기고 서예에도 뛰어나 전서(篆書), 예서(隸書) 등을 잘 썼다.

배위는 숙부인 창령성씨로 선조 40년(1607) 정미에 태어나, 효종 3년(1655) 을미 6년 3월 28일 향년 49세에 졸하였다. 아버지는 현감 홍헌(弘憲)이고, 할아버지는 헌납 돈(惇)이며, 증조는 정언 자제(子濟)이니, 외조는 별좌 허사맹(許思孟)으로 본관은 양천이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니, 1남은 증이조참판 진사 성우(盛遇)이고, 2남은 진사 성운(盛運)으로 종형 대사헌 수홍(壽弘)에게 출계하였으며, 1녀는 승지 조윤석(趙胤錫)으로 양천인이니, 2녀는 이창근(李昌根)이다.

묘소는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이수동 자좌오향(子坐午向) : 정남향)에 배위와 같은 산에 언덕은 달리 있으며, 묘지는 손자 시보(時保)가 찬하고, 묘갈은 우의정 이의현(李宜顯)이 찬하였으며, 부제학 김진상(金鎭商)이 썼다. 양록(兩麓)에 각각 묘표는 손자 시보(時保)가 찬하고 음기하였다.

【參考文獻】仁祖實錄. 顯宗實錄. 國朝人物考. 安東金氏世譜. 安東金氏名賢錄(2011). 자랑스런 永嘉後裔(2011).

          김수인 묘갈명(墓碣銘)

                                                              이의현(李宜顯

숭정(崇禎) 병자년(丙子年, 1636년 인조 14년)에 청나라[金虜]가 크게 군사를 일으켜 입구(入寇)하였을 때에 평안도 관찰사(平安道觀察使) 홍명구(洪命耈) 공이 싸우다가 패하여 죽자 여러 고을이 풍문에 놀라 달아나 흩어지니, 적이 드디어 이긴 기세를 타고 멀리 몰아 와서 곧바로 서울을 쳤는데, 이때 상원 현감(祥原縣監) 김수인 공이 홀로 앞장서 한 고을의 군민(軍民)을 거느리고 급히 국난(國難)을 구하러 달려갔다.
토산(兎山)에 이르러 원수(元帥) 김자점(金自點)을 만나보니 적을 막을 뜻이 없으므로 의리에 의거하여 엄히 꾸짖었는데, 사기(辭氣)가 격렬하였다.
김자점이 부끄러워하고 말하기를, “군(君)이 먼저 공격하면 내가 이어서 돕겠다.” 하므로, 공이 드디어 달려가다가 길에서 되[虜]를 만났는데, 이때 공의 수하 군병은 겨우 수백 명이었으므로 되가 우리 군병이 적은 것을 보고는, 수천 기병으로 닥치고 화살이 비 오듯 하였다.
공이 적은 수로 많은 수를 겨룰 수 없는 것을 헤아리고 특이한 계책을 쓰지 않으면 격파하기 어려우므로, 드디어 군사를 깊은 골짜기의 숲이 빽빽한 곳에 감추었다.
 공은 본디 완력이 아주 뛰어나므로 되의 기병이 모인 것을 엿보다가 몸을 떨쳐 큰 나무를 밀치고 나가 되의 무리를 뚫고 수십 기를 격파하고서 도로 큰 나무 가운데로 달려 들어오니, 되가 매우 분하였으나 공의 군사는 숲 사이의 큰 나무가 교차한 데로 깊이 들어가서, 백 사람의 힘으로도 밀쳐 열 수 없고 활을 쏘아도 숲에 막혀 통하지 못하였다.
공이 그 틈을 타서 퇴군(退軍)하여 무리를 나누어 나가 싸우려 하였는데, 되가 다시 우리를 급히 쫓으므로, 공이 또 돌격하여 되 수십 명을 죽였으나, 김자점이 전에 약속한 것을 저버리고 구원하지 않았고 우리 군사도 많이 흩어져 달아났으므로, 공이 개탄하며 따르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나를 따르는 자가 없으면 내가 혼자서 옮겨 다니며 싸우다가 죽겠다.” 하고는 다시 숲에 들어가 숨었다가 되의 뒤를 틈타서 돌출하여 칼을 휘둘러 수인(數人)을 쳐서 쓰러뜨리니, 되의 진중이 어지러워졌다.
 공이 말을 달려 적진을 이리저리 관통하다가 숲 사이에 미치기 전에 갑자기 유시(流矢)에 맞았는데, 마침 천행으로 살아서 드디어 화살을 뽑고 상처를 긁어내니 피가 샘처럼 솟아 땅이 다 붉어졌으나, 공은 낯빛이 변하지 않고 의기가 여전하여 흩어진 군사를 수습하여 대군(大軍)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싸움에서 후원이 없었기 때문에 패하였으나, 되도 기세가 꺾여서 감히 곧바로 대군을 범하지 못한 것은 공의 힘이다.
공은 성품이 겸손하여 자랑하지 않으므로 그 일을 아는 사람이 드문데, 공의 벗 이동직(李東稷) 공이 마침 직접 보고서 그 상세한 것을 이렇게 말하였다 한다.
공의 자(字)는 원보(元甫)이고 본관은 안동(安東)이며, 돈령부 도정 증영의정(敦寧府都正贈領議政) 김극효(金克孝)와 우의정(右議政) 문충공(文忠公) 김상용(金尙容)과 이조 참판(吏曹參判) 김광현(金光炫)이 곧 그 증조ㆍ할아버지ㆍ아버지이다.
문충공은 정축년(丁丑年, 1637년 인조 15년)에 강화(江華)에서 순절(殉節)하였고, 그 아우 문정공(文正公)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은 명나라를 위하여 청나라 국정(鞫庭)에서 의리를 주장하여 항거하였으니, 공의 세덕(世德)이 이러하다.
참판공이 진사(進士) 심표(沈慓)의 딸을 아내로 맞아 만력(萬曆) 무신년(戊申年, 1608년 선조 41년)에 공을 낳았는데, 어릴 때에 이미 숙성하여 대인(大人)의 기도(氣度)가 있어 집안에서 조행을 닦고 경계하였으며, 충후(忠厚)하고 순실(純實)하여 시끄럽게 다투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오직 고요히 한 실(室)에 거처하여 남모르게 사문(斯文, 유학(儒學))으로 스스로 즐겼으며, 전서(篆書)ㆍ예서(隸書)ㆍ팔분(八分, 서체(書體)의 하나)에 모두 가법(家法)이 있었다.
27세에 선공감 감역(繕工監監役)에 음보(蔭補)되어 옥책(玉冊) 만드는 일을 감독한 공로로 전생서 주부(典牲署主簿)에 오르고 사복시(司僕寺)로 옮겼다.
호란(胡亂)이 일어나려 할 때에 조정에서 수령(守令)을 극진히 가렸는데, 공이 비어(備禦)의 재주가 있는 것을 알고 특별히 상원 현감을 제수하였고, 뒤에 증산 현령(甑山縣令)ㆍ의흥 현감(義興縣監)ㆍ창녕 현감(昌寧縣監)을 제수하였다.
효종이 대지(大志)가 있었으므로 공이 지용(智勇)이 있다는 것을 듣고 편전(便殿)에 소접(召接)하여 방략(方畧)을 자문하고, 이어서 친히 강노(强弩)를 당기되 짐짓 다 당기지 않고 공을 시켜 당기게 하였는데, 공이 당장 당기어 힘을 허비하지 않으니, 임금이 매우 기특히 여기어 특별히 양주 목사(楊州牧使)를 제수하고, 얼마 안 되어 또 특별히 수원 부사 겸 방어사(水原府使兼防禦使)를 제수하여 통정 대부(通政大夫)로 가계(加階)하고 이어서 갑주(甲胄)를 하사하였다.
 임금의 뜻은 대개 공을 크게 쓰고자 한 것이었는데, 정승 정태화(鄭太和)가 따라서 아뢰기를, “이 신하는 급할 때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그러나 공이 상처를 긁어내고부터 기운이 점점 지치고 여러 해 동안 낫지 않으며, 또 시사(時事)를 보니 근심스러운 일이 많아서 즐겁지 않으므로, 드디어 벼슬을 버리고 보령(保寧) 모도(茅島)에 터잡아 집을 지어 생애를 마칠 생각이었는데, 만년에 어버이 봉양하기 편이를 위하여 익산 군수(益山郡守)가 되었다가, 경자년(庚子年, 1660년 경조 원년) 6월 19일에 관아에서 졸서(卒逝)하니 나이는 53세이다.
결성현(結城縣) 이동(梨洞)의 임좌(壬坐)인 언덕에 묻혔으며, 뒤에 손자 김시걸(金時傑)이 귀해졌기 때문에 이조 참의(吏曹參議)에 추증(追贈)되었다.
아!
공은 아버지의 교육이 있는 가정에 태어나 일찍부터 충용(忠勇)의 절의(節義)를 부담하였으므로 성조(聖祖, 효종을 지칭함)를 만나서 유위(有爲)할 듯하였으나, 짧은 시운(時運)에 막혀서 그 한두 가지도 펴지 못하였으니, 어찌 이른바 ‘재주는 있으나 운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내 숙부인(淑夫人) 창녕 성씨(昌寧成氏)는 현감 성홍헌(成弘憲)의 딸이고 좌의정(左議政) 문장공(文莊公) 성세창(成世昌)의 후손으로 효우(孝友)의 행실이 있었는데, 공과 같은 언덕의 다른 기슭에 묻혔다.
두 아들과 두 딸을 길렀는데, 맏아들 김성우(金盛遇)는 진사(進士)인데, 효(孝)로 정려(旌閭)되고 이조 참판에 추증되었으며, 그 다음 김성운(金盛運) 역시 진사이다.
 딸은 승지(承旨) 조윤석(趙胤錫)ㆍ사인(士人) 이창근(李昌根)에게 출가하였다.
참판의 아들 김시걸은 관찰사이고, 김시보(金時保)는 부사(府使)이다.
김시걸의 아들은 현감 김영행(金令行)과 김정행(金正行)이며, 김시보의 아들은 현감 김순행(金純行)이다.
김영행의 아들은 생원(生員) 김이건(金履健)과 김이선(金履選)과 김이원(金履遠)이며, 김정행의 아들은 김이정(金履楨)이며, 김순행의 아들은 김이진(金履晉)과 김이참(金履慚)과 김이태(金履泰)이다.
 진사(김성문)는 후사가 없으므로 뒷일을 김순행에게 맡겼으며, 조 승지와 한 아들을 낳았는데 시정(寺正) 조태상(趙泰相)이다.
외증손ㆍ현손(玄孫)과 출가한 손녀도 많으나 다 기록하지 못한다.
명(銘)은 이러하다.

 위대한 김공은 충의(忠義)에 빛났도다.
 일찍부터 이어받은 것이 있어 위난(危難)할 때에 나타내고,
 분발한 남아가 기계(奇計)를 내어 흉악한 우두머리가 넋을 빼앗겼네.
 성주(聖主)가 즉위하자 알아보고 장려함이 특이하여,
 좌보(左輔, 수원 부사겸 방어사)에 친히 발탁한 것은 임금의 뜻을 보인 것인데,
 시운이 어려워지고 병이 위중해져서 마침내 다 베풀지 못하니,
 장한 뜻과 빼어난 책략이 막혀 없어지고 드날리지 못하였다.
 묘도(墓道) 곁에 흐르는 물이 양양(洋洋)하여,
 공의 유한(遺恨)과 함께 영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