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복암공 숭겸

                 (觀復菴公 崇謙)

 공의 자는 군산(君山), 호는 관복암(觀復菴). 숙종 8년(1682) 임술 10월 30일 출생하였다.

현조는 삼가공[(三嘉公) 음삼가현감 증영의정 대효(大孝)]이고, 고조는 파조인 문정공[(文正公) 양관대제학 좌의정 청백리 증영의정 청음(淸陰) 상헌(尙憲)]이며, 증조는 동지공[(同知公) 동지중추부사 증영의정 광찬(光燦)]이니, 할아버지는 문곡공[文谷公 대제학 영의정 수항(壽恒)]이요, 아버지는 농암공[(農巖公) 대제학 예조판서 시 문간(文簡) 창협(昌協)]과 어머니 정부인 연안이씨의 1남 5녀 중 1남이다.

아버지가 당대의 최고 문장가요 학자인 관계로 일찍이 학문에 접하여 통달하였고, 서법 또한 절묘하였다.

숙종 15(1689) 기사환국으로 노론인 조부 수항(壽恒)이 사사(賜死)된 후 집안이 당화(黨禍)를 입자,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영평(永平)의 백운산(白雲山) · 봉은암(奉恩庵) 등에서 학문에만 전심하였다.

공은 뜻이 높고 넓어 시격(詩格)이 호방하고 심오하였으며 산수를 사랑하여 발길이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고 시 300여 수와 저서로 관복암유고를 남겼다.

숙종 26년(1700) 경진 12월 16일 애수(哀壽) 19세에 요절하니 당대의 석학들은 공의 학문에 대하여 찬사와 칭송을 아끼지 않았으며 애통해 마지 않았다.

아버지인 농암은 묘비에 “세상의 악착함을 보고 뜻에 맞지 않음으로 생색에 머물지 않고 산수만을 좋아하여 풍악(楓岳) · 천마(天摩) · 화산(華山)등을 다니며 시격이 기준창로(寄峻蒼老)하여 두보(杜甫)의 격을 터득하였다”고 평하였다.

배위는 유인 밀양박씨로 숙종 8년(1682) 임술에 태어나 영조 8년(1732) 임자 12월 16일 향년 51세에 졸하였다. 아버지는 이조판서 권(權 )이고, 할아버지는 부사 시경(時暻)이며, 증조는 부사 증참판 연(筵)이니, 외조는 교관 홍석진(洪碩晉)으로 본관은 남양이다.

슬하에 무후하여 종형 충민공(忠愍公) 제겸(濟謙)의 3남 공조참의 증이조판서 시 문경(文敬) 원행(元行)을 계자하여 후사를 이었다.

묘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이패동 봉두산 손좌건향(巽坐乾向 : 서북향)에 합폄이고 묘자는 아들 원행(元行)이 찬하였으며, 묘표는 아버지인 농암공이 찬하고, 해창위(海昌尉) 오태주(吳泰周)가 썼다.

[參考文獻] 農巖集 觀復庵遺稿 安東金氏世譜 安東金氏賢人錄(2011)

             김숭겸 묘표(墓表)

                                                             김창협(金昌恊)

양주(楊州) 동남 50리에 있는 봉두산(鳳頭山)의 남쪽 면에 손좌 건향(巽坐乾向)인 무덤이 있는데, 그 높이는 4척이 못된다.

그 아래에 재주가 있고 행실이 있으며 또 뜻이 있었으나 불행히 단명(短命)으로 죽은 자가 있는데, 본관은 안동(安東)이고 성은 김이며 이름은 숭겸이고 자(字)는 군산(君山)이며, 좌의정(左議政) 문정공(文正公) 김상헌(金尙憲)의 현손(玄孫)이고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김광찬(金光燦)의 증손이며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의 손자이고 부제학(副提學) 연안(延安)이 본관인 이단상(李端相) 공의 외손이며, 숭정(崇禎) 연호가 끊긴 뒤 임술년(壬戌年, 1682년 숙종 8년) 10월 30일 자시(子時)에 태어났다. 젊어서부터 뛰어나서 정직하고 인신(仁信)하며 명백하고 통달하였다.

글씨를 배우면 서법(書法)에 얽매이지 않고 붓을 움직였으며, 정하게 알고 묘하게 풀이하는 것이 남보다 앞서 빨리 나갔고, 언론이 빼어나서 통쾌하기가 마치 예리한 날로 썩은 대를 뻐개는 듯하였으며, 더욱이 강개하고 높은 기상이 있어 세상의 잗달고 구차한 것은 제 뜻에 맞을 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여겼으며, 화리(貨利)ㆍ성색(聲色)은 완전히 뜻에 두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산수(山水)와 문장뿐이었다.

그 아비인 나 김창협이 가난(家難)을 당하여 벼슬하지 않으니, 젊어서부터 한갓 농암(農巖)ㆍ삼주(三洲) 근처에 출입하여 밭갈고 고기잡이하고 글을 읽으며 한가하면 풍악(楓嶽)ㆍ천마산(天摩山)에 놀고 화산(華山) 꼭대기에 오르며 온 세상을 거침없이 다니고 싶은 뜻이 있었으며, 전후에 시 수백 편을 지었는데 거의 다 특이하고 고풍이 있으며 근시(近時)의 흔한 말을 쓰지 않으므로 보는 자가 다 놀라워 감탄하고 소릉(少陵, 두보(杜甫)의 격법(格法))을 얻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오직 옛사람의 대절(大節)을 사모할 뿐이고 장구(章句)에 얽매이는 작은 선비로 자임하려 하지 않고서 사물을 종합하여 유용한 학문이 되고자 하였는데, 그가 헤아리고 계획한 것을 오직 한두 벗들이 듣고 매우 찬성하였을 뿐이고 그 아비도 다 알지 못하였다.

우연히 병을 얻어 경진년(庚辰年, 1700년 숙종 26년) 10월 20일 19세에 죽었는데, 이때에 그 아비에게 딴 아들이 없고 그 아내 박씨(朴氏)에게도 아들이 없어 두 세대의 자손이 끊어졌다.

아이는 본디 까닭 없이 일찍 죽는 법이 없거니와 하늘이 그 아비가 터무니없이 좋은 명예를 차지한 것이 미워서 벌주어 그 후사를 빼앗았으니, 그 아비가 귀신에게 부르짖어 호소하여도 마침내 죄를 갚지 못하고, 드디어 그해 12월 26일에 이곳에 묻고 나서 또 백세(百世) 뒤에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지 못할세라 염려되니, 피눈물을 씻으며 붓을 적셔 돌에 써서 뒷사람에게 명백히 고하여 그 사람이 아깝다는 것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