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조로(薤上朝露)

‘해로(薤露)’는 한위(漢魏) 시기의 만가(挽歌)다.

상여가 나갈 때 영구를 끌면서 사람들이 함께 부르던 노래다.

초한(楚漢)의 쟁패 중에 제나라 대부 전횡(田橫)은 따르는 무리 5백인과 함께 바다 섬으로 들어갔다.

한고조 유방이 그를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낙양으로 나오다가 30리를 앞에 두고 굴욕을 거부하고 자살했다.

섬에서 그를 기다리던 무리 5백인이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모두 따라서 죽었다.

사람들이 이들의 넋을 달래려고 부른 노래가 바로 ‘해로’다. 해(薤)는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인 염교를 말한다.

노래는 이렇다.

“薤上朝露何易晞(해상조로하역희) 염교 잎 위 아침 이슬, 어이 쉬 마르는가?

露晞明朝更復落(로희명조경부락) 이슬이야 마른대도 내일 아침 다시 지리.

人死一去何時歸(인사일거하시귀) 사람 죽어 한번 가면 어느 때나 돌아올꼬?”

원래 노래에는 바깥짝이 있었는데, 후대에 따로 떼어 ‘호리가(蒿里歌)’가 되었다.

“蒿里誰家地(호리수가지) 호리는 뉘 집 땅인가?

聚斂精魄無賢愚(취렴정백무현우) 잘나고 못남 없이 고운 넋을 거두누나.

鬼伯一何相催促(귀백일하상최촉) 귀백(鬼伯)은 어이 이리 재촉을 하는 겐지,

人命不得少踟躕(인명부득소지주) 사람 목숨 잠시도 머뭇대지 못하네.”

아침 산책 길에 풀잎마다 달렸던 이슬이 돌아올 때 보면 어느새 말라 흔적도 없다.

이슬은 아침마다 되풀이해 내리지만, 사람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다.

아침 이슬만도 못한 인생, 이 강렬한 대비가 아등바등 움켜쥐기만 하는 삶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명나라 유기(劉基·1311~1375)도 ‘해로가’에서,

“昨日七尺軀(작일칠척구) 어제는 7척의 건장하던 몸,

今日爲死尸(오금일위사시) 늘은 죽어서 시신 되었네.

親戚空滿堂(친척공만당) 친척들 괜스레 집 가득해도,

魂氣安所之(혼기안소지) 넋과 기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라 했다.

돌아보면 사는 일이 참 덧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허무적멸로 돌리기엔 남은 시간이 아깝고 귀하다.

가톨릭 성가 27장, ‘이 세상 덧없이’의 1절은 이렇다.

“풀잎 끝에 맺혀진 이슬 방울 같이,

이 세상의 모든 것 덧없이 지나네.

꽃은 피어 시들고 사람은 무덤에.

변치 않을 분 홀로 천주뿐이로다.”

같은 말을 다르게 했다.

마음을 무엇으로 간직해야 할까?

욕심을 내려놓고 이슬처럼 맑게 살다가 가자.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1.08.26 03:00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