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화장실 외교'
작년 1월 중국 정부에서 45개 자국 기업이 생산한 비데를 조사했다.
중국산 비데 40%에서 '엉덩이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불을 내지 않게 하는 방염 물질이 아예 없거나 부족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비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해마다 접수되고 있다.
2013년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선 비데에서 불이 나 약 5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나기도 했다.
2015년 중국 CCTV는 유커(遊客)들의 '일본산 비데 싹쓸이 관광'을 보도했다.
개당 35만원 하는 비데를 몇 개씩 사 들고 나오는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중국에서는
'마퉁가이(마통개馬桶蓋·비데)'
를 해외에서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산 비데와 집에 있던 변기의 크기가 맞지 않자 아예 변기를 바꾸는 현상도 생겼다.
중국인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위생·청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진핑 주석이
'화장실 혁명
측소혁명(廁所革命)'
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시진핑의 지시로 화장실 현대화에 투입한 예산만 약 3조원.
7만개에 가까운 현대식 공공 화장실이 만들어졌다.
올해 19차 당 대회에서 권력을 더욱 키운 시진핑은
"민족 부흥이라는 큰 목표도 화장실 혁명을 하지 못하면 역사적 결함을 갖는다"는 말까지 했다.
한 일본 신문 분석대로 '국민 생활의 작은 문제까지 생각하는 위대한 지도자를 연출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이에 맞장구치고 나왔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일(日)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민간과 연계해 시진핑의 화장실 혁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커들이 많이 사가는 일본산 비데를 중국에 싸게 보급해 공공 화장실이나 농촌에도 '수준 높은 화장실 문화'가 생겨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내년 중·일 평화 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시진핑과 아베의 상호 방문을 성사시킨다는 구상이 오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본이 시진핑의 숙제인 화장실 문제 해결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13일 난징 학살 80주년 행사장에 참석만 하고,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드러내놓고 친중반일(親中反日) 외교 중인데 정작 중·일 두 나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이러다 '어리석다'는 소리를 듣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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