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유감 (勿加惟減)

생각

다산이 상추에 밥을 싸서 먹자, 객이

 “싸서 먹는 것과 절여서 먹는 게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하고 물었다.

다산이 대답했다.

 “이것은 내가 입을 속이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음식을 먹어 목숨을 연장합니다.

맛난 등심이나 생선 요리도 입에만 들어가면 바로 더러운 물건이 되고 말지요.

목구멍에서 삼켜 내리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사람들은 더럽다고 침을 뱉습니다.

정력을 다하고 지혜를 모두 쏟아 뒷간을 위해 충성할 필요가 있나요?”

아무리 맛난 음식도 일단 입에 들어가면 더럽고 추한 물건이 된다.

먹다 뱉은 음식을 누가 먹으려 들겠는가?

그러니 맛난 음식을 위해 마음을 쏟고 정신을 기울이는 것은 화장실에 충성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다산은 이렇게 말한다.

  “人生兩間(인생량간)  사람이 천지간에 살면서

   所貴在誠(소귀재성)  귀하게 여길 바는 성실함에 있다.

   都無可欺(도무가기)  어떤 것도 속여서는 안 된다.

   欺天最惡( 기천최악)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欺君欺親(기군기친)  임금을 속이고 어버이를 속이는 것에서

   以至農而欺耦(이지농이기우)  농부가 같은 농부를 속이거나,

   𧶜而欺伴(𧶜이기반)  장사치가 동료를 속이는 것에 이르기까지

   皆陷罪戾(개함죄려)  모두 죄와 허물에 빠지는 것이다.

    唯有一物可欺(유유일물가기)  오직 속여도 괜찮은 한 가지 물건이 있으니,

   卽自己口吻(즉자기구문)  그것은 바로 자기의 입이다.

   須用薄物欺罔(수용박물기망)  모름지기 박한 음식으로 속여 넘겨서

   瞥過暫時(별과잠시)  잠시 지나가버리는 것,

   斯良策也(사량책야)  이것이 좋은 방법이다.”

 두 아들을 위해 써준 ‘우시이자가계(又示二子家誡)’에 나온다.

식탐을 경계한 ‘칠극(七克)’ ‘색도(塞饕)’의 한 단락은 이렇다.

  “夫食飲之樂(부식음지낙)  음식이 주는 기쁨은

   微體瞬息之樂也(미체순식지낙야)  하잘것없는 육신의 잠깐 사이의 즐거움이다.

   今人所特重(금인소특중)  지금 사람들이 특별히 중시하는 것은

   味之甘旨(미지감지)  단맛인데

   喉舌之間(후설지간)  목구멍과 혀의

    二寸而已(이촌이이)  두 치 사이일 뿐이다.

   過是則已矣(과시즉이의)  이것을 지나고 나면 그뿐이다.”

음식의 맛은 혀끝에서 목구멍에 도달하는 6㎝ 사이의 기쁨일 뿐이다.

이 6㎝를 위해 사람들은 무슨 짓이든 할 기세다.

나올 때는 똑같은 음식을 위해 목숨을 건다.

처방은 뜻밖에 간단하다.

  “欲食而得飽(욕식이득포)  음식을 먹어 배불러지고 싶거든,

   勿加飡(물가손)  밥을 더 먹지 말고

   惟減嗜(유감기)  욕심을 줄여라.”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