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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2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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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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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관동
 조회 :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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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탑
스위스는 관광·레저, 은행·정밀기계 업종으로 유명하다.
유럽의 왕가와 교황청에는 더 알아주는 스위스 명품이 있다.
용병 서비스다.
스위스 용병은 로마 교황이 호위병으로 등용한 16세기 이래 오늘날까지 변함 없이 교황을 지키고 있다.
호위병 3분의 2가 전사하는 와중에도 교황을 안전하게 피난시켰다는 전설의 용병이다.
그런데 저지대 평야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용병 중엔 불안·무기력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스위스의 높은 산을 그리워하는 향수병, 이른바 ‘스위스 향수(Swiss nostalgia)’ 증세였다.
장자크 루소의 『음악사전』(1768년)에는 스위스 용병이 목동의 노래 ‘쿠라이엔(Kuhreihen)’을 부르면 처벌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향수를 자극한다는 이유였다.
스위스 용병들은 그나마 1년 단위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다.
고향에 영영 갈 수 없다면?
사람들은 대안의 상징물을 찾아 향수를 달래는 버릇이 있다.
백제·왜 연합군이 663년 나·당 연합군에 패하자 일본서기는 이렇게 적었다.
“백제의 이름이 오늘로 끊어졌다(百濟之名 絶于今日).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을 어찌 또 갈 수 있겠는가(丘墓之所 豈能復往).”
열도로 이주한 백제 유민들은 망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절을 찾았다.
606년에 창건된 시가현 백제사(햐쿠사이지)도 그런 절 중 하나였다. 백제사 측은
“북위 35.1도의 ‘백제 망향선(Pecche Nostalgia Line)’을 따라 880㎞ 떨어진 서쪽에 백제국이 있었다.
백제 도래인이 모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원망대(遠望台)에 서면 양국의 깊은 교류 관계가 느껴진다”
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이 만든 망향 기념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영월 청령포의 망향탑은 불행했던 단종의 유작이다.
한양을 그리면서 막돌을 주워다 조금씩 쌓아 올렸다고 한다.
단종은 12세에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3년 만에 수양대군 세력에 밀려나 결국 유배를 떠나야 했다.
망향탑 외관은 비록 초라하지만 진하디진한 그리움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공개 석상에 발길이 뜸했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19일 완공 시 북한 땅이 보인다는 일산 초고층(230m)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고 한다.
황씨는 방명록에 ‘조국통일 바라보는 역사기념비’라고 썼다.
초고층은 휴전선 따라 즐비한 망향비·망향정처럼 실향민이 찾는 거대 망향탑 역할까지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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