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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원시와 화성시가 ‘박지성로’의 도로명을 놓고 공방을 벌인 끝에 제3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해 주소상의 ‘박지성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지성로’는 수원시와 화성시에 걸쳐 있다. 이런 식의 지역 간 갈등만 없다면 영월군 일부 지역에서 제기한 ‘서면→한반도면’ ‘하동면→김삿갓면’으로의 개명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본다.
지금 전국적으로 마을마다 자기 지역을 알리는 데에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켠 형국이다. 지역을 알리는 적절한 표지물의 전면 배치를 마다 않고, 역사적 사실을 찾아 이를 두드러지게 하는 갖가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른바 랜드마크(land mark) 전략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없었던 소재 및 주제를 새롭게 창출해 내는 작업으로 예컨대 양구의 배꼽마을처럼 성공한 사례도 있다.
영월군 일부 지역이 다만 방향 및 서열을 드러낼 따름인 지역 행정명을 랜드마크(한반도 지형)나 역사적 인물(김삿갓) 이름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명하기로 제안한 것은 따라서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인 평가할 만한 시각으로 본다. 사실 ‘횡계면’을 ‘대관령면’으로,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개명 개칭한 예가 있고, 이것이 지역을 널리 알리는 데에 실효를 보았으므로, 영월군의 수용 자세 역시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경기도 파주의 율곡리는 역사적 인물의 호를 우리보다 먼저 지역명으로 삼은 예다. 서울의 남산 타워나 역사성이 있는 남대문 경복궁 광화문, 여의도 63빌딩, 강남의 한국종합무역센터빌딩 등의 랜드마크들이 역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영월의 한반도 지형 마을, 김삿갓 관련 역사적 유물 유적이 많은 마을, 이 두 지역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행정 지명 개명 제안을 주민 대다수가 공감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인 정선의 ‘加里旺山(가리왕산)’을 ‘加里王山’으로 바꾸고,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의 ‘고두암(高頭岩)’과 서면 광전리 ‘주촌(舟村)’을 ‘꼴두바위’와 ‘뱃말’이란 순우리말로 변경했다. 재작년에 이렇게 이름이 바뀐 도내 지역이 10 곳에 이른다. 동면 서면 등의 이름은 일제의 잔재이거나 행정이 편의성만 고려한, 지나치게 획일적인 이름들이다. 다 그럴 수는 없지만, 이제 마을 이름에도 디자인 특성 특징 매력 상징성 음운성 역사성 현대성이 고려돼야 한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등의 경제성까지 얻는다면 더욱 좋지 않겠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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