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고문학연구가인 문제선 선생이 김삿갓 종명지에 세워진 비문을 가리키고 있다.

〔편집자 註〕-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은 말년에 화순 동복에 머물다 1863년 구암마을 창원 정(丁)씨 사랑채에서 숨을 거둔 방랑시인으로서 세계 3대 시 혁명가로 추앙받고 있다.

선생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사회를 해학과 풍자를 통해 비판하는가 하면 서민들의 생활상을 대변하는 민중시인이었다.

화순군은 선생의 발자취를 후세에 전하고 그의 의로운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올해 5억원을 들여 동복면 구암마을에 안채를 비롯해 사랑채, 사당을 건립, 김삿갓 유적지를 정비했다.

내년에는 2억 2,200여만원을 들여 김삿갓의 시비건립 등 삿갓동산을 조성할 계획이다.
본지는 문제선 난고문학연구가의 특별기고를 통해 김삿갓의 생애를 비롯해 동복에서의 행적과 김삿갓 유적지 조성의 필요성을 3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향토사학자인 문제선 선생은 난고 선생이 동복면 구암마을 창원 정(丁)씨 사랑채에서 숨을 거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글 싣는 순서>

김삿갓 종명유적지 조성에 대한 小考

1. 김삿갓은 어떤 사람인가?
2. 김삿갓이 화순 동복에 남긴 행적
3. 김삿갓 종명유적지 조성의 필요성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 김삿갓, 1807∼1863)은 조선후기 사람으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고 천민으로 전락되어 35년간을 줄 곳 방랑생활을 했다.

자기가 겪었던 울분을 인도주의에 근간을 둔 민중성과 해학성, 파격적인 시를 당시 사회의 고답적인 사고를 뛰어 넘나든 자유시를 많이 남겨 사망 70년이 지난 후 새롭게 조명된 기이한 방랑시인이다.

<조부 홍경래 난 연루, 폐족전락 영월로 피신>

김삿갓은 1807년 3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에서 당시 권문세도가인 안동김씨 가문에서 아버지 김안근(김金安根)과 어머니 함평 이씨(李氏) 사이에서 3형제 중 2남으로 태어났다.

이름은 병연(炳淵),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이며 삿갓은 세상이 지어준 세명(世名)이다.

선생의 나이 5살(1811년)때, 당시 평북 선천군 부사 겸 방어사로 재직 중인 조부 김익순이 농민군의 반란군인 홍건적에게 투항(投降)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됐다.

그래서 아버지는 가평으로, 어머니 이 씨는 충청도 결성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김삿갓은 형 병하와 함께 집안 노복(奴僕)인 김성수의 고향인 황해도 곡산으로 피난해 생명을 부지하며 살았다.

1812년 홍경래의 난이 평정되면서 김익순만 능지처참(陵遲處斬)형을 받아 처형되고 다른 가족은 멸족의 위기에서 폐족(廢族)으로 전락되면서 남의 눈을 피해 살지 않으면 안 될 형편에 이르게 됐다.

1813년 가평에서 전 가족이 다시 만나 살면서 3남 병하를 낳아 가족이 늘었으나 아버지 김안근이 화병(火病)으로 사망하고 또 어린 병하마저 사망했다.

어머니는 궁리 끝에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들을 잘 가르쳐 가문을 도모하려는 일념(一念)으로 250리나 떨어진 영월 땅 10승지로 알려진 피난처로 가기 위해 여주로 옮겨 은신했다.

이후 강이 풀리면 배편을 이용해 영월로 가기로 마음먹고 있다가 영월군 삼왕리에 머물러 살았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 과거(科擧)를 볼 때가 되어 호구단자(호적등본)를 만들기 위해 남이 잘 모르는 곳으로 80리나 떨어진 와석리 어둔이로 1826년 이사를 했고 김삿갓은 같은 해 장수 황씨와 결혼했다.

<과거시험에서 조부의 죄 통탄해 장원>

1826년 어머니가 만들어준 신분서를 갖고 영월(寧越)도호부(都護府) 동헌 백일장(白日場)에 들어가 시험을 보는데 과제(課題)가『논 정가산충절사 탄 김익순 죄 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이었다. 시험결과는 장원(壯元)이었다.

‘정가 산의 충절 된 죽음을 논하고 김익순의 죄가 하늘에 닿았음을 통탄하라’는 것이었다. 김익순이 자기 할아버지란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지금까지 공부한 실력을 과시하고 또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겠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유감없이 글을 지어 참시관에 제출하고 나서 ‘내가 조상에게 큰 죄를 지었구나’ 하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했더니 어머니는 소악(小惡)을 범하여 대선(大善)을 이루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도 호구단자를 만들기 위해 조상을 버리고 바꿨으니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느냐? 가문을 되찾으려면 이런 것쯤은 참고 견디어야 한다’ 하며 가을에 돌아올 초시(初試)준비를 위해서는 서울로 가서 양반 자제들과 교우하며 공부하라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1828년 학균을 낳은 뒤 어머니의 성화(成火)에 못 이겨 서울로 가서 양반가의 자제들과 교우하며 과거 길을 찾기 위해 향반인 광주(廣州) 김씨(金氏)로 변장해 이름은 란(鑾)이요, 자는 이명(而鳴)이며 호는 지상(芷裳)이라 하고 양반 자제들과 교우하며 지내면서 진로를 찾았다.

<벼슬길 마다하고 귀가, 어머니와 영원한 이별>

그러나 당시 사회가 부패 할대로 부패되고 과거제도와 벼슬아치들의 실상을 살펴 볼 때 병연은 권문(權門)에 기대어 과거를 통해 출세해 보려는 생각을 단념하고 또 벼슬길에 나가 벼슬을 한다 해도 아부, 아첨하는 생활로 살아야 함이 싫어져 금강산(金剛山)으로 들어가 산천과 각 고을 서당을 두루 섭렵(涉獵)하면서 때로는 훈장도 하고 또 걸식도 하면서 방랑생활을 하다가 2년 뒤 1830년 귀가했다.

벼슬길을 마다하고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돌아온 병연을 보고 어머니는 보통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꿈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돌려볼 생각으로 집을 나서며 ‘과거를 하기 전에는 나를 다시 볼 생각을 말아라’ 하고 친가가 있는 결성 땅으로 떠나 버렸다. 이때가 어머니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1년 여간 가정에 머물 때 형 병하가 사망하자 학균을 형수 앞으로 입양시켜주고 1830년에는 둘째아들 익균(益均)을 낳았다.

다시 집을 나와 조상에게 지은 불경의 죄가 너무 커서 하늘을 보기가 두렵다는 생각으로 삿갓을 쓰고 지팡이에 의지해 전국 각처의 명승지를 두루 유람(遊覽)하며 각 고을 서당을 두루 섭렵하면서 방랑생활을 계속했다.

난고 선생은 당시 사회의 부도덕한 사회상과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성행하고 돈만 있으면 양반이 되어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꼴을 보고 끓어오르는 울분을 풍자(諷刺)와 해학(諧謔)으로 조롱(嘲弄)했다.

선생은 1863년 3월 29일 화순군 동복면 구암마을 창원(昌原)정(丁)씨 사랑채에서 종명(終命)했다.

서민(庶民)들의 애환은 물론 생활상(生活相)과 그 지방의 풍경, 인심을 글로 짓고 천민과 서민을 대변 하는 많은 민중(民衆)시를 남기고 돌아다녀 가는 곳마다 시정(詩情)이 남아 머물고 있다.

<사망 75년 뒤 세상 주목, 세계 3대 시 혁명가 추앙>

김삿갓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사망 75년이 지난 뒤다.

1939년 이응수 선생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김삿갓의 시문을 탐문 수집해 그중 128수를 가지고『김립시집』을 출간 했다.

출간해 놓고 보니 사회 반응이 높아지자 1941년 취합된 90여수를 더 하여 증보판을 출간 했다.

선생의 시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감탄하며 미국의 휘트먼, 일본의 석천탁목(石泉啄木)과 한국의 김입(金笠)을 세계 3대 시 혁명가로 추앙(推仰)했다.

이응수 선생은 김삿갓 시인의 성향을 통속(通俗)시인 민속(民俗)시인, 인생(人生)시인, 생활(生活)시인, 걸인(乞人)시인, 빈궁(貧窮)시인, 방랑(放浪)시인, 풍류(風流)시인, 파격(破格)시인, 언문(諺文)시인, 과(科)시인, 역사(歷史)시인, 대 문장가라고 규정했다.

이후 30여 편 이상의 시집과 소설이 발행되는 등 현재까지 선생의 시는 500여수 수집됐다.

일본, 미국, 중국에서도 그 나라 글로 시집이 발행되고 있으며 세월이 갈수록 김삿갓 시를 연구하는 단체와 김삿갓 시를 통한 한시 연구가 각 대학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석 박사 학위논문을 발표하는 사람도 날로 늘고 있으며 머지않아 김삿갓 원전시집 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