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행관 (張嚴行寬)

 명나라 하탄(何坦)이 지은 '서주노인상언(西疇老人常言)'에서 관직을 맡은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말을 담은 '이관(莉官)'에 나오는 말이다.

 "爲政寬嚴孰尙曰(위정관엄숙상왈)  정사(政事)를 행함에 있어 너그러움과 엄함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엄격함을 편다는 소문[장엄지성張嚴之聲]과

  너그럽게 행하는 실상[행관지실行寬之實]이 다 필요하다.

  政有綱(정유강)  정사에 기준이 있고

  令有信(령유신)  명령에 믿음이 있어,

  使人望風肅畏者(사인망풍숙외자)  사람들이 풍문만 듣고도 엄숙히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

  聲也(성야)  소문이다.

  法從輕(법종경)  법 집행은 가벼움을 따르고

  賦從薄(부종박)  세금을 거두는 것은 약한 쪽을 따라서

  使人安靜自適者(사인안정자적자)  사람들이 안정되고 스스로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實也(실야)  실상이다.

  乃若始焉(내약시언)  하지만 만약 처음에

  완이계모(玩易啓侮)   즉 편히 노닥거리면서 업신여김을 받게 행동하면,

  終焉刑不勝奸(종언형부승간)  끝에 가서는 형벌을 가지고도 간사함을 이기지 못한다.

   雖欲行愛人利物之志(수욕행애인리물지지)  비록 사람을 아끼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뜻을

   吾知其有不能也(오지기유부능야)  행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평소의 법 집행에서 기준이 분명하고, 규정대로 집행한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따른다.

 법을 집행할 때는 백성의 입장에서 가벼운 법을 적용하고, 세금은 가급적 가볍게 해준다.

 엄격한 풍문에 잔뜩 움츠렸다가 실제 법 적용이 너그러우면, 백성들이 관장을 우습게 보지 않고 감격한다.

 반대로 평소에 일 처리를 대충대충 하거나 기준 없이 해서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나중에 형벌로 백성의 간사함을 바로잡으려 해도 영이 서질 않아 손쓸 방법이 없게 된다.

 "敝政有當革者(폐정유당혁자)  잘못된 정책 중에 마땅히 고쳐야 할 것이 있을 때는

  必審稽源委(필심계원위)  반드시 그 근본 원인을 살펴 따져보아야 한다.

  如其更也(여기경야)  고쳐야 할 경우,

  于公私兼利(우공사겸리)  공사(公私) 간에 모두 이롭다면

  夫復何疑(부복하의)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若動而利少害多(약동이리소해다)  만약 움직여서 이익은 적고 해로움만 많다면,

  不若用靜吉也(부약용정길야)  가만히 두어 길한 것만 같지 못하다."

 고칠 것을 고치려다 바꾸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바꾸면, 차라리 그저 있는 것만 못하다.

 열심히 할수록 문제만 키우게 된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