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승감녕(好勝甘佞)

 당나라 육지(陸贄‧754~805)의 주의(奏議)는 명백하면서도 핵심을 찔러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의 모범 사례로 꼽혀 왔다.

 그가 임금에게 올린 글을 모아 ‘육선공주의(陸宣公奏議)’가 엮어졌을 정도다.

 정조도 ‘육주약선(陸奏約選)’과 ‘육고수권(陸稿手圈)’을 펴냈다.

 금번 당윤희, 오수형, 장유승 세 분이 옮긴 책(서울대 출판문화원)을 읽어보니 글의 대구가 정연하고 가락이 착착 붙어, 과연 명불허전이다.

 ‘봉천에서 여러 신하를 자주 만나 일을 논할 것을 청하는 글

   奉天請數對群臣許令論事狀(봉천청수대군신허령론사장)’

 에서 말했다.

 “上好勝必甘於佞辭(상호승필감어녕사)  위에서 이기기를 좋아하면 반드시 아첨하는 말을 달게 여기고,

   上恥過必忌於直諫(상치과필기어直諫)  위에서 허물을 수치스러워하면 틀림없이 직간을 꺼리게 됩니다.

   如是則下之諂諛者順旨(여시칙하지첨유자순지)  이렇게 하면 아첨하는 신하가 임금의 뜻만 따르게 되어

   而忠實之語不聞矣(이충실지어불문의)  충실한 말이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上厲威必不能降情以接物(상려위필불능강정이접물)  위에서 위세를 부리면 반드시 마음을 비워 사물을 대할 수가 없고,

   上恣愎必不能引咎以受規(상자퍅필불능인구이수규)  위에서 강퍅스러우면 분명히 허물을 인정하여 바른 말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如是則下之畏愞者避辜(여시즉하지외연자피고)  이렇게 하면 아랫사람은 겁을 먹고 잘못을 피하려고만 들어,

    而情理之說不申矣(이정리지설불신의)  마음이 담긴 말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차이는 그 이후에 발생한다.

 잘못을 덮으려 허물을 키우지 말고, 바른 말을 들어 잘못을 고치라는 말이다.

 “苟其違道以師心(구기위도이사심)  진실로 도리를 어겨 마음을 따르며,

   棄人而任己(기인이임기)  남의 의견을 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면,

   謂欲可逞(위욕가령)  욕심은 채워도 된다고 하고,

   謂衆可誣(위중가무)  대중은 속여도 된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謂專斷無傷(위전단무상)  독단이 해롭지 않고,

   謂詢謀無益(위순모무익)  꾀를 묻는 것이 쓸데없다고 말하게 되겠지요.

   謂諛說爲忠順(위유설위충순)  아첨을 충성과 순종이라 하고,

   謂獻替爲妄愚(위헌체위망우)  착한 일을 권하고 악한 일을 간언하는 것은 망령되고 어리석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謂進善爲比周(위진선위비주)  훌륭한 인물을 천거하는 것을 편 만들기라고 여기고,

   謂嫉惡爲嫌忌(위질악위혐기)  악한 사람을 미워하는 것을 시기한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내 편 네 편을 갈라 잘못을 두둔하고 바른 말을 외면하면 나라 일은 그만 어긋나고 만다.

정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