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사사영(含沙射影)

 권필(權韠·1569~1612)은 시 ‘천하창창(天何蒼蒼) 취중주필(醉中走筆)’에서 세상에 정의와 공도(公道)란 것이 있기는 하냐면서, 온갖 위험이 도사린 세상 길을 탄식했다.

 그중 한 대목.

 “況復長安大道多險巇(황복장안대도다험희)  하물며 서울 큰길엔 위험이 많아,

  前有太行山(전유태행산)  앞에는 태항산이 막고 서있고,

  後有巫峽水(후유무협수)  뒤에는 무협의 물 흐르고 있네.

  魍魎嘯林蛇出竇(망량소림사출두)  도깨비는 숲에서 휘파람 불고 뱀은 굴에서 기어 나오며,

  熊羆西咆虎東踞(웅비서포호동거)  곰은 서쪽에서 소리 지르고 범은 동쪽에 웅크려있네.

  水鏡俟人影(수경사인영)  물여우는 사람의 그림자를 기다리고,

  天螻錄人語(천루록인어)  땅강아지는 사람 말을 받아 적는다.

  羉罿罣兩肩(란동괘량견)  그물은 두 어깨를 낚아채 가고,

  矰隿罥雙脚(증익견쌍각)  주살은 두 다리를 달아맨다네.”

 도처에 널린 것이 함정이요 덫이다.

 호시탐탐 내 목숨을 노리고 있어, 순간의 방심은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땅강아지와 물여우는 벌레 이름인데 고사가 있다.

 황정견(黃庭堅)은 ‘연아(演雅)’에서

 “天螻伏隙錄人語(천루복극록인어)  천루는 틈에 숨어 사람 말을 적고,

  射工含沙須影過(사공함사수영과)  사공은 모래를 물고 사람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고 했다.

 천루는 땅강아지다.

 귀신의 부림을 받아 사람이 하는 말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보고해서 해를 입힌다고 한다.

 사공(射工)은 함사역(含沙蜮)으로, 물여우라고 하는 벌레다.

 물속에 사는 독충이다.

 모래를 머금고 있다가 물에 비친 사람 그림자에다 쏘면, 그것에 맞은 사람은 문득 병이 든다.

 그 모습은 보이지도 않아, 쏘인 사람은 원인도 모른 채 죽는다.

 모래를 쇠뇌처럼 쏜다 하여 사노(沙弩)라고도 한다.

 육덕명(陸德明)은 ‘석문(釋文)’에서

 “蜮狀如鼈(역상여별)  물여우는 생김새가 자라와 같은데

  三足(삼족)  발이 세 개다.

  一名射工(일명사공)  일명 사공(射工)이라 하고,

  俗呼之水弩(속호지수노)  세속에서는 수노(水弩)라고도 부른다.

  在水中含沙射人(재수중함사사인)  물속에 있다가 모래를 머금어 사람을 향해 쏘므로

  一云射人影(일운사인영)  ‘사인영(射人影)’이라고도 한다”

 고 말했다.

 음험하게 숨어서 하는 말을 적어 두었다가 해코지하는 땅강아지와, 물속에서 모래를 머금고 그림자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다 그 독기로 사람을 죽게 만드는 물여우들은 지금도 도처에 숨어있다.

 아!

 위태롭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