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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6-04 05:17

중국의 5월 35일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64  

중국의 5월 35일

과거 베이징(北京)을 일컬었던 여러 호칭 중 하나는 베이핑(北平)이다.

북쪽 지역의 평온(平穩)과 안정(安定)을 염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인은 보통 그 둘을 줄여 ‘평정(平定)’이라는 단어로 곧잘 적는다.

전란과 재난을 잔혹하리만치 자주 겪은 중국인의 심성에 평온과 안정을 향한 꿈은 아주 견고하다.

이른바 ‘태평(太平)’을 갈구하는 심리다.

달리 태평(泰平)이라거나 승평(昇平), 또는 승평(承平)으로도 적는다.

수도(首都)의 대명사처럼 쓰는 장안(長安)이라는 말이 우선 그 맥락이다.

우리도 “장안의 화제다”라며 곧잘 사용한다.

이 단어는 ‘태평’을 향한 심리가 정치적으로 영근 이름이다. 본래

‘오래도록 다스리며 안정을 이루다

장치구안(長治久安)’

라는 말에서 나왔다.

베이징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이름도 마찬가지다.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잘 다스리다

수명우천 안방치국(受命于天 安邦治國)’

라는 말에서 글자를 뽑았다.

예나 지금이나 치세(治世)를 지향하는 중국 통치 권력의 뚜렷한 정치적 상징이다.

마침 천안문 앞에 동서(東西)로 55㎞인 장안가(長安街)가 지난다.

베이징의 또 다른 상징인 이 도로는 옛 황궁인 자금성(紫禁城)의 남북 축선 중 천안문과 겹치면서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둘의 이름 모두 평온과 안정의 ‘평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남쪽의 천안문 광장에서 1989년 6월 4일 청년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당국은 이들을 총칼로 진압했다.

민주와 자유를 향한 젊은 중국인들의 꿈이 치세를 유지하려는 무형의 정치적 구조물에 걸려 사그라진 ‘6·4 천안문 사태’다.

중국 당국은 이를 동란(動亂)으로 규정해 기념식 등을 막고 있다.

‘6·4′라는 숫자의 포털 검색 등도 금지한다.

그래서 민간은 그 날을 5월 35일로 적어 기념한다.

중국에서만 유독 긴 그 5월이 ‘태평’의 적막감 속에서 또 저문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6.03 00:0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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