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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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속이고 또 속여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싸움 심리는 중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빛을 발했다.

우선 2500년 전의 여러 기록이 그 점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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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속이고 나도 속인다

이우아사(爾虞我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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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좌전(左傳)’ 유래의 성어가 대표적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손무(孫武)는 일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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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곧 속임수

병자, 궤도야(兵者, 詭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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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단정했다.

뒤를 이은 전국시대(戰國時代) 법가(法家) 한비자(韓非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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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서는 속임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병불염사(兵不厭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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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헤아림’에 능할 수밖에 없다.

‘계산(計算)’이라는 속성이다.

마음속으로 헤아리는 일이어서 심계(心計), 심산(心算)으로도 부른다.

계략(計略), 책략(策略), 모략(謀略), 모계(謀計) 같은 표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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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를 다투는 싸움에서 살아남아 이기려면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문화의 큰 근간으로 그를 끝없이 키워왔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중국은 그런 병법의 오랜 전통을 삶 속으로 고스란히 이어온 자취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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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짝퉁’은 아직 이어지고, 돈 없고 힘 약한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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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빠뜨리기, (눈) 가리기, 협박하기, 속이기

갱몽괴편[坑蒙拐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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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늘 당한다.

병법의 ‘헤아리기 전통’을 남 속이는 ‘못된 꾀’의 형편없는 수준으로 줄곧 내려앉힌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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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 중국 인터넷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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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기 지침

방편지남(防騙指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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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행한다.

‘양로(養老) 사기(詐欺)’부터 ‘대학 신입생 사기’ 등 수많은 속임수가 횡행하자 나온 대응법이다.

세계 어느 곳이나 다 사기가 벌어지지만 중국은 그 점에서 아주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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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들로 하여금 ‘뭘 또 속이려고…’ 하는 의구심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점은 큰 부담이다.

긴장감 넘치는 병법 전통을 어둡고 불길한 사술(詐術)로 연역(演繹)한 문명 퇴행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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