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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1-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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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離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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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관동
 조회 : 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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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離散)
헤어져 흩어짐이 이산(離散)이다.
주로 가족이 살아서 이별(離別)한 뒤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을 가리킨다.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는 경우야 흔치는 않겠지만, 가혹한 정치인 학정(虐政)이 펼쳐지고 피비린내 나는 전란(戰亂)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달랐다.
이 단어가 등장하는 때는 대개가 일반 사람이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가혹한 환경과 관련이 있다.
“鴻雁不來 기러기 오지 않고,
遠人背叛 변방에서는 싸움이 벌어졌다.
玄鳥不歸 떠났던 제비 돌아오지 않으니,
室家離散 가족 모두 흩어졌다”
는 표현이 나온다.
그에 앞서 맹자(孟子)는 군주(君主)가 백성을 고생시키면
“父母凍餓 부모가 추위에 떨면서 굶주리고,
兄弟妻子離散 형제와 가족이 흩어진다”
고 말했다.
‘이산’이 등장하는 과거의 용례들이다.
가족이 흩어지는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가장 큰 슬픔의 하나다.
중국에서는 전쟁 등으로 처자식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를 ‘처리자산(妻離子散)’이라는 성어로 정착시켰다.
전패(顚沛)와 유리(流離)도 같은 단어다.
진창에 넘어지거나 고꾸라지는 것이 전패다.
그런 상황에 처한 뒤 사방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유리다.
이 두 단어를 합쳐 쓰는 전패유리(顚沛流離)가 전쟁 등의 참화(慘禍)를 당해 가족이 흩어져 떠돈다는 뜻이다.
떠돌이 신세로 전락해 고향의 집을 잃는 것이 ‘유리실소(流離失所)’, 그런 처지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 ‘유리전사(流離轉徙)’다.
그 반대로 태평한 시절에 고향을 지키며 편안히 살아가는 일을 ‘안가낙업(安家樂業)’ ‘안가낙호(安家落戶)’로 표현했다.
“寧可玉碎 옥으로 부서질지언정,
不能瓦全 기와로는 남지 않겠다”
는 말이 있다.
구차하게 생명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멋지게 삶을 바치겠다는 뜻의 ‘옥쇄(玉碎)’라는 말이 나오는 원전이다.
그러나 기왓장 같은 삶이라도 부지하고 싶은 게 사람의 욕망이다.
그 때문에 ‘와전(瓦全)’에는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60년 전 이 땅에서 북한이 벌인 도발, 그리고 3년 동안의 전쟁이 남긴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상처는 너무 컸다.
그 전쟁으로 서로 흩어졌다가 이제야 생사를 확인한 남북의 이산인들이 요즘 매스컴에 다시 올랐다.
애를 끊는 단장(斷腸)의 아픔이 생생하다.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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