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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11 04:30

구만소우 (求滿召憂)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99  

    구만소우 (求滿召憂)

 

 명나라 왕상진(王象晉·1561~1653)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 중 '섭세(涉世)'편의 말이다.


 "凡情留不盡之意(범정류부진지의)  무릇 정이란 다하지 않는 뜻을 남겨두어야

  則味深(즉미심)  맛이 깊다.

  凡興留不盡之意(범흥류부진지의)  흥도 끝까지 가지 않아야만 흥취가

   則趣多(즉취다)  거나하다.

   若業必求滿(약업필구만)  만약 사업이 반드시 성에 차기를 구하고,

   功必求盈(공필구영)  공을 세움에 가득 채우려고만 들 경우,

   不生內變(불생내변)  내부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必召外憂(필소외우)  반드시 바깥의 근심을 불러온다."


 사람들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남는 것은 회복 불능의 상처뿐이다.

 더 갈 수 있어도 멈추고, 끝장으로 치닫기 전에 머금어야 그 맛이 깊고 흥취가 커진다.

 저만 옳고 남은 그르며, 더 얻고 다 얻으려고만 들면, 없던 문제가 생기고 생각지 못한 근심이 닥쳐온다.

 한 대목 더.


 "逆我者(역아자)  내게 거슬리는 것을

  只消寧省片時(지소녕성편시)  가만히 잠깐 살피기만 해도

  便到順境(편도순경)  문득 차분해져서

  方寸廖廓矣(방촌료곽의)  마음이 시원스럽게 된다.

  故少陵詩云(고소릉시운)  그래서 두목(杜牧)은 그의 시에서

  '忍過事堪喜(인과사감희)'  참고 지나가면 그 일도 기뻐할 만하다네'라고 말했다."


 내 앞길을 막는다고 맞겨루려고만 들면 다툼이 그칠 새 없다.

 가라앉혀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이내 차분해져서 좀 전 성내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두목은 그의 시 '견흥(遣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鏡弄白髭鬚(경롱백자수)  거울 보며 흰 수염 만지작대니,

  如何作老夫(여하작로부)  어쩌다 이렇듯 늙은이 됐나.

  浮生長勿勿(부생장물물)  뜬 인생 언제나 정신이 없고,

  兒小且鳴鳴(아소차명명)  아이들은 자꾸만 칭얼거린다.

  忍過事堪喜(인과사감희)  참아내면 그 일도 기쁠 것이요,

  泰來憂勝無(태래우승무)  편해진들 근심이야 없을 수 있나.

  不遣有窮途(부견유궁도)  가라앉혀 마음을 차분히 가져,

  治平心徑熟(치평심경숙)  막힌 길 나와도 괘념 않으리."

 거울을 보는데 구 레나룻과 수염이 허옇다.

 돌이켜 보면 늘 경황 없이 발만 동동 구르며 살아왔다.

 커가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이 그때마다 달라진다.

 어쩌나 싶어 안타깝던 일도 지나고 나니 다 견딜 만한 기쁜 추억이 되었다.

 형편이 괜찮을 때도 근심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지금의 나쁜 상황도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더라는 얘기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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