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학(副提學) 김시찬(金時粲) 

 상소문 시장(諡狀) (28)

祖淳於公。爲族孫生也。晩未及承公之顔。然聞之父兄師友之間。而公之全德。竊可言矣。嗚呼。方重如山。外像嚴也。深靜如淵。內識明也。冰寒霜厲。著其廉也。松高竹勁。標其操也。威鳳祥麟。文之蔚也。布帛菽粟。質之眞也。才可以濟世拯屯。而常遭斥逐者。時也。誠可以格君孚人。而不見其功者。斯世之不幸。而吾黨之餘憾也。

조순어공。위족손생야。만미급승공지안。연문지부형사우지간。이공지전덕。절가언의。오호。방중여산。외상엄야。심정여연。내식명야。빙한상려。저기렴야。송고죽경。표기조야。위봉상린。문지울야。포백숙속。질지진야。재가이제세증둔。이상조척축자。시야。성가이격군부인。이불견기공자。사세지불행。이오당지여감야。

나[祖淳]는 공에게 손자뻘이 되는 후생이다. 늦게 태어나 공의 모습을 뵙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부형(父兄)과 사우(師友)들에게 들으니 공의 온전한 덕은 말할 만하다. 아, 바르고 무겁기는 산과 같아 외부의 모습은 엄격하였고, 깊고 조용하기는 못과 같아 내면의 식견은 밝았도다. 차가운 얼음과 모진 서리처럼 그 청렴을 나타냈고, 높은 소나무와 굳센 대나무처럼 그 지조를 드러냈도다. 위의 있는 봉황과 상서로운 기린처럼 문장은 울창하였으며, 포백(布帛)과 숙속(菽粟)처럼 진실한 바탕이었도다. 재주는 세상을 구제하고 어려운 시대를 건질 만하였지만 항상 물리침을 당한 것은 시운(時運) 때문이고, 정성은 임금을 바로잡고 사람에게 믿음직하였지만 그 공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이 세상의 불행이요 우리 당의 유감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