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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2-19 20:07

습정양졸 (習靜養拙)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206  

    습정양졸 (習靜養拙)

 

 우왕좌왕 분주했고 일은 많았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손에 쥔 것은 별로 없다.

 세밑 언덕에 서니 이게 뭔가 싶어 허망하다.

 신흠(申欽·1566~1628)의 '우감(偶感)'시 첫 수는 이렇다.


 "習靜忘機事(습정망기사)  고요 익혀 따지는 일 잊어버리고,

  隨緣養性靈(수연양성령)  인연 따라 성령(性靈)을 길러보누나.

  無心答賓戲(무심답빈희)  손님의 농담에 답할 맘 없어,

  白晝掩山扃(백주엄산경)  대낮에도 산집 빗장 닫아둔다네."


 고요함에 익숙해지자 헤아려 살피는 일도 심드렁하다.

 마음 밭은 인연 따라 흘러가도록 놓아둔다.

 작위하지 않는다.

 실없는 농담과 공연한 말이 싫다.

 산자락 집 사립문은 대낮에도 굳게 잠겼다.

 나는 나와 대면하는 게 더 기쁘다.

 나는 더 고요해지고 편안해지겠다.

 이수광(李睟光·1563~1628)도 '무제(無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坐忘終日一言無(좌망종일일언무 온종일 말도 없이 좌망(坐忘)에 들었자니,

  這裏工程足自娛(저리공정족자오)  이렇게 지내는 일 홀로 즐김 넉넉하다.

  身在動時猶習靜(신재동시유습정)  몸을 움직이면서도 고요함을 익히니,

   澹然隨地見眞吾(담연수지견진오)  담백하게 어디서건 참 나가 드러나네."


  좌망은 나를 잊은 경계다.

 말을 잊고 욕심을 거두자, 부지런히 움직여도 마음이 고요하다.

 담담하게 때 없이 참 나와 만난다.

 이게 나고 이래야 나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이승훈(李承薰·1756~1801)에게 보낸 답장에서 말했다.


 "近日習靜養拙(근일습정양졸)  요즘 고요함을 익히고 졸렬함을 기르니(習靜養拙),

  覺世間百千萬快樂如意事(각세간백천만쾌악여의사)  세간의 천만 가지 즐겁고 득의한 일이

  總不如自己上有安心下氣四字(총부여자기상유안심하기사자)  모두 내 몸에 '안심하기(安心下氣)' 네 글자가 있는 것만 못한 줄을 알겠습니다.

  心苟安矣(심구안의)  마음이 진실로 편안하고,

  氣苟下矣(기구하의)  기운이 차분히 내려가자,

  方知眼前櫻觸(방지안전앵촉)  눈앞에 부딪히는 일들이

  無非吾分內事(무비오분내사)  내 분수에 속한 일이 아님이 없더군요.

  忿嫉愎戾之情(분질퍅려지정)  분하고 시기하며 강퍅하고 흉포하던 감정도

  漸漸消滅(점점소멸)  점점 사그라듭니다.

  目爲之瞭(목위지료)  눈은 이 때문에 밝아지고,

  眉爲之展(미위지전)  눈썹이 펴지며,

  脣爲之單辰(순위지단진)  입술에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血脈爲之和暢(혈맥위지화창)  피가 잘 돌고

  四肢爲之舒泰(사지위지서태)  사지도 편안하지요.

  而凡有所謂不如意事(이범유소위부여의사)  이른바 여의치 않은 일이 있더라도

  皆怡然可樂(개이연가악)  모두 기뻐서 즐거워할 만합니다."


 세 사람이 모두 습정(習靜)을 말했다.

 마음을 더 차분히 내려놓아야겠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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