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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20 05:30

벌모세수 (伐毛洗髓)
 글쓴이 : 김관동
조회 : 204  

    벌모세수 (伐毛洗髓)

 

 동방삭(東方朔)이 홍몽택(鴻濛澤)을 노닐다가 황미옹(黃眉翁)과 만났다.

 그가 말했다.


 "吾却食呑氣(오각식탄기)  나는 화식(火食)을 끊고 정기(精氣)를 흡수한 것이

  已九千餘年(이구천여년)  이미 9000여 년이다.

  目中瞳子(목중동자)  눈동자는

  皆有靑光(개유청광)  모두 푸른빛을 띠어

  能見幽隱之物(능견유은지물)  감춰진 사물을 능히 볼 수가 있다.

  三千年一返骨洗髓(삼천년일반골세수)  3000년에 한 번씩 뼈를 바꾸고 골수를 씻었고,

  二千年一剝皮伐毛(이천년일박피벌모)  2000년에 한 차례 껍질을 벗기고 털을 갈았다.

  吾生來已三洗髓五伐毛矣(오생래이삼세수오벌모의)  내가 태어난 이래 이미 세 번 골수를 씻고 다섯 번 털을 갈았다.."


 후한 때 곽헌(郭憲)이 쓴 '동명기(洞冥記)'에 나온다.

 9000세를 살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천지의 정기를 흡수해서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3000년에 한 번씩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리셋해야 한다.

 뼈를 바꾸고 골수를 세척하는 반골세수(返骨洗髓)나 껍질을 벗기고 털을 다 가는 박피벌모(剝皮伐毛)는 환골탈태(換骨奪胎)와 같은 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거듭나려면 묵은 것을 깨끗이 다 버리고, 뼈와 골수까지 새것으로 싹 바꿔야 한다.

 이것도 아깝고 저것도 아쉬우면 거듭나기는 실패하고 만다.

 정희량(鄭希亮·1469∼1502)은 '야좌전다(夜座煎茶)'에서


 "餐霞服玉可延齡(찬하복옥가연령)  노을 먹고 옥을 먹어 수명을 연장하고,

  洗髓伐毛童顔鮮(세수벌모동안선)  골수 씻고 털을 갈아 동안(童顔)을 유지하네"


 라고 신선의 장생불사를 선망했고, 성현(成俔·1439~1504)은 '효선요(曉仙謠)'에서


 "若爲遐擧乘紫煙(약위하거승자연)  만약에 높이 날아 자줏빛 안개 타면,

  伐毛洗髓隨飛仙(벌모세수수비선)  털을 갈고 골수 씻어 나는 신선 따르리"


 라고 노래했다.

 '역근경(易筋經)'은 달마(達摩) 대사가 도가의 방술을 정리했다는 책자다.

 역근(易筋), 즉 근육 을 바꿔 육체를 단련한다.

 무협지에 이 책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세수경(洗髓經)'이란 책도 있다.

 골수를 세척해서 정신을 수련한다는 뜻이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정당마다 벌모세수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물갈이와 인재 영입으로 시끄럽다.

 싹 들어내서 통째로 바꾸겠단다.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바꿀 것은 안 바꾸고 안 바꿀 것만 바꾸려 드니 장생불사를 어이 꿈꾸랴.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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